2026-01-07 12:57:00
[[모험;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또는 그 일.]
삶은 크고 작은 모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의사라는 길을 선택한 우리는 때론 멈추기도, 달리기도, 누군가와 함께 걷기도 하며, 바른 방향을 찾아갑니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은 하루 동안 선배님(동료 수의대생)들의 모험에 동행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수의사들(개척해 나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 [어드벳(VET)쳐]에서 우리들의 특별했던 하루를 전합니다.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인터벤션&MIS센터장 엽경아 수의사의 하루는 오전 8시 45분 출근과 동시에 시작됐다.

08:53 AM 인수인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선생님의 하루에 동행했던 날, 입원 환자들의 대부분이 내·외과적으로 복합적인 질환을 앓고 있었고, 복잡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았다.
“인수인계 하겠습니다!” 오전 라운딩은 야간전담 원장님의 우렁찬 목소리로 시작됐다. 전날 당직 근무를 하셨던 테크니션 선생님 두 분, 수의사 선생님 두 분이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주치의가 있지만, 내과 혹은 외과 질환 환자로 따로 나뉘어져 있지 않았다.
엽경아 선생님은 다른 수의사의 예약창도 주시했다. 선생님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서 이런 도움이나 방법이 필요한지 협진을 계획한다. 선생님은 “제가 제시하는 방법이 필요한지 아닌지부터 디스커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하셨다.

09:30 AM 전화 상담
“너무 무서워하지 마시고, 검사 한번 받으러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식욕 괜찮고 예전처럼 걸어 다니고 뛰어다닐 수 있으면 환자는 별 문제없다고 보시면 돼요”
휴진일이었던 어제부터 밀린 상담 문의가 쇄도했다. 그렇지만 상담을 그저 급한 일로만 처리하지 않았다. 혹여나 자신의 반려동물이 잘못될까 노심초사 상담하는 보호자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보호자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옵션을 안내하려 했다.
V-clamp(TEER, transcatheter edge to edge) 수술 상담에서는 보호자에게 생소한 경식도 초음파를 보호자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마취의 위험성을 우려한 보호자에게 마취제의 종류와 심도, 필요한 마취 시간에 대해 세세히 안내했다. 보호자가 모든 정보를 듣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선생님의 철학이었다.

10:45 AM 오후 치과환자 검사 확인
선생님을 따라 처치실로 이동한 학생기자단은 선생님께서 환자의 영상 사진을 확인하고 주치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오후에 있을 치과 환자가 나이가 많은 것을 고려하여, 마취약을 신중하게 정하기 위해 디스커션을 진행했다.

11:07 AM 입원 환자 상태 확인
이번에는 입원실로 선생님을 따라갔다. 입원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한 환자의 복부를 눌러 통증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다행히 이틀 전 진행됐던담낭 제거 수술이 잘 된 모양이었다. 다음은 두번의 장중첩으로 수술을 한 고양이 환자였다. 장이 중첩되면 소세지 같은 모양이 만져지는데, 복부를 만져보고 장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또 다른 환자는 선생님께서 오늘 내내, 특히 자주 확인했다. 지난 3월 승모판의 건삭파열로 폐수종이 생겼고, 빠르게 V-clamp 수술을 진행했던 환자였다. 심장 수술 당시, 장 근육층 유래 종괴가 함께 진단되었고, 아직 폐색을 유발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수술 후 4개월이 지났고, 그 동안 장 종양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최근에 장 절제문합을 진행했다. 췌장염 경력까지 있어 수액을 맞고 저지방식이를 먹고 있었다.
환자 바로 앞에 밥이 있었지만 잘 먹지 않았는데, 선생님께서 직접 먹여주니 환자가 곧잘 먹었다.

* *
11:39 AM 인터뷰
V-clamp 수술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아직 밝혀진 게 많이 없는 수술이어서,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거의 없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이 방향이 맞는지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죠. 지금은 콜로라도의 오튼 선생님이나, 미국에서 클램프 수술을 하는 심장전문병원과 서로 디스커션을 할 수 있지만, 처음에 시작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실패하면 환자를 잃는 수술이라는 점이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형태학적으로 수술이 가능해 보이더라도,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내재질환은 어떤 지’, ‘수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예후는 어느정도 일지’, ‘술후관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해요.
보호자와 매번 상담이 길어지곤 해요. 실패하면 환자랑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하기가 무겁고 어렵죠. 게다가, 실제 환자의 수술로만 성장할 수 있어서 연습이 안돼요. 연습이 안 된다는 게 큰 장벽인 것 같아요.
아마 다시 처음부터 V-clamp 수술하라고 하면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0마리쯤 했을 때는 엄청난 좌절감과… 많이 울기도 울었죠. 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없지만요.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울었지만 도망가진 않았다. 회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웃음).
지금 이 환자가 안 좋은 예후를 보였더라도 그 다음 환자에게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찰을 한 후, 다시 앞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이건 일방통행로거든요. 백(back)이 안돼요. 이제 2년이 넘어갑니다.
이 수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시작하게 된 솔직한 이유는 ‘병원장님이 해보라고 하셔서’고요(웃음). 이런 수술이 있는데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그래서 저와 이선태 원장님, 이아라 박사님, 마취 선생님이 팀을 만들어서 practice를 하고 왔고요. 이후 실제 환자를 만났습니다.
병원장님도 진취적이고 성장지향형인 성격이셔서, 이 수술을 권유한 동시에 장비를 마련해 주셨어요.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4D 경식도 초음파가 없었고, 인의 통틀어서 소아용 장비를 아시아 최초로 구입하셨어요. 그래서 장비 구입과 동시에 수술을 진행하자고 하셨죠. 그렇지 않았으면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손으로 하는 수술은 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팀수술이기 때문에 팀 전체가 그 감을 유지해야 하죠. 이후 V-clamp 라는 것이 어떤 수술이고,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파악했을 때는..이미 벗어날 수 없었어요(웃음). 그래서 그냥, 열심히 잘하게 되는 방법 밖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심적 부담도 좀 줄어들고요.
제게는 ‘환자를 살려야겠다’는 명확한 방향성과 마음가짐이 중요했어요. 나머지 방해가 되는 요소는 하나하나 다 신경 쓸 여유도 없었어요. 다른 방법이 없었죠.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이 수술을 하게 될지 몰랐지만, 하다 보니 재미있고 공부 욕심도 커졌어요. 인의에서도 TEER 수술을 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전세계적으로는 15년 정도, 우리나라에서 활발히 한지는 6년 정도라고 한다) 계속 발전 중이고 수의 쪽도 발전 중입니다.
서로 차이가 있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TEER 수술 군 중에서도 조건에 따른 장기예후가 어떠한 지 등에 대한 데이터들이 더 쌓여야 할 것 같아요.

이 수술만의 특별한 점이 실제 환자의 수술을 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점인데, 매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어떻게 다루시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참 어렵죠. 예전에는 스트레스도 참 많이 받았어요. 아이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니까요. 저희 팀이 수술하는 이 환자는 누군가의 가족이잖아요.
그날 진행된 수술에 대해서는 그날 밤이 지나기 전에 팀원들끼리 디스커션을 합니다. 성공을 했어도, 또 아쉬운 점이 있었어도, 언제나 그날의 수술은 그날 이야기를 해야 하죠. 투명해야 해요.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 계속 성장하는 방법이에요. 특히, 환자가 안 좋은 상황일 때는 더더욱 당일에 이야기 나누지 않으면 기억이 휘발돼서 제대로 된 고찰을 하기가 어려워져요. 이 상황을 회피하면 극복하지 못하고 다음 환자의 수술에도 영향이 갈 테니 수술 팀원들끼리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정말 혹독한 고찰을 하는 시간들을 가졌어요.
그 때 깨달은 점은 ‘성공해서 잘 살고 있는 환자들은 내가 잘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해서, 왜 성공했는지에 대해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었죠. 오히려 실패를 했을 때는 왜 실패했는지를 알게 됩니다. 때문에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야 더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단순한 숫자 성공률 보다는, 그 이면의 디테일을 잘 해석해야 해요. ‘Every patient is different’거든요. 계속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고, 수술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환자를 살리는 건 또 다른 문제예요.
점점 더 안 좋은 상태의 환자나, 다른 질환들을 적어도 3~5개 정도 가진 환자에게는 수술의 시기나 가능성 여부 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해요. 이 수술로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고, 수술의 성공을 넘어서 수술 후 더 잘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요즘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환자 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되니까 제가 자꾸만 점점 더 베이직에 자꾸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상적으로, 생리학적으로는 어떻지?’ ‘근데 이게 변화가 생기면은 어떤 식으로 변화가 생겨버리는 거지?’ 가 머릿속에서 상상이 돼야 응용 문제를 풀죠.
사실 자궁축농증이나 담낭 파열 같은 수술의 경우, 수술이 잘못되어 환자가 사망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치만 이 수술의 경우에는 높은 수준의 learning curve가 극복이 되어야 그런 생각이 가능할 겁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 판막의 상태, 심장 기능의 저하, leaflet 성상의 퇴행성 변화 등으로 인해 예후가 좋지 않았던 것이지, 수술의 테크닉과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라고 단언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경험이 필요할까..그런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나요.
인의의 TEER review 논문을 살펴보면 50번의 수술을 하면 1차적인 learning curve를 극복하고, 200번의 수술 경험이 있으면 그 수술을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마스터가 될 수 있대요. 게다가 이 수술은 팀 수술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직은 learning curve를 극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속 만나면 만날수록 새로운 상황에 직면합니다. 수술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환자를 잘 살리고, 또 오래 살리는 거는 다른 문제죠.
복잡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많다 보면 보호자분들한테 설명해 드리는 과정도 힘들 것 같습니다.
수의사들은 보호자 분들이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분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저 역시도 보호자이고,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또한 누군가의 보호자니까요. 저도 ‘어떤 마음으로 청주까지 오셨을까’를 생각을 해봐야 되는 거죠. 서울이나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오시기도 하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오시기도 하니까요.
사실 보호자 분들이 좀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그분들의 삶이 많이 무너져 있어요. 잠을 잘 못 자고, 새벽 2시, 4시, 5시에도 일어나서 아이가 살아 있는지, 숨은 잘 쉬고 있는지 계속 보고 있어요. 그렇게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가족들끼리 예민해져서 자주 다투곤 하죠. 우리 환자들은 가족들이 자신 때문에 싸우는 것을 원치 않을텐데 말이죠.
요즘 보호자 분들은 굉장히 공부도 많이 하세요. 논문도 다 찾아보시고 책도 다 읽고 오세요. 사실 아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걱정은 점점 더 많아지죠. 만나보면 이미 마음이 많이 힘들어 보이세요.
제 상담은 당연히 많은 지식을 전달하기도 하고, 최대한 눈높이 설명을 해주면서 이 질병을 이해시키기도 하고…하지만 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감정을 담지 않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경식도 초음파 결과 수술이 불가능한 아이들에 대해서도 직접 보호자들을 만나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이러한 이유로 V-clamp 수술은 위험(risk)이 이득(benefit)보다 크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약으로 관리를 할 경우 더 오래 살 수도 있지만, 수술을 강행했을 경우 예후가 좋지 않으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끝은 있을 테지만 그때까지는 행복하게 지내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요. 더 많이 행복하게 지내기 위한 노력을 하시라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상황을 어렵게 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환자 당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거죠. ‘우리 아이는 수술을 하고 싶은가?’, ‘우리 아이는 당장 집에 가고 싶은가?’ 그걸 모르거든요.
두 번째는 아이가 얼만큼 살지 운명을 모르는 거예요. 그걸 알면 우리는 결정이 너무 쉽죠.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모르기 때문에 항상 상황은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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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pm 원내 식당 점심식사
오전 일정이 끝나고 선생님을 따라 학생기자단은 원내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배식 시간에도 선생님은 이선태 원장님과 환자에 대한 디스커션을 이어갔다.

1:31pm 원내 세미나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서는 점심시간 이후 30분간 모든 수의사가 참여하는 원내 세미나가 진행된다. 이날은 ‘canine putative cerebral microbleeds’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환자 케이스와 다양한 최신 논문들을 살펴보며, 수의사들간의 활발한 질의응답과 피드백이 이루어졌다.

2:20pm 경식도 초음파 검사
어제 폐수종 때문에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였다. V-clamp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선택(selection)이다. 경식도 초음파를 통해 바라본 판막의 상태가 이 수술에 적합한지 확인해야 했다.
경식도 초음파는 식도를 통해 심장을 가까이서 관찰함으로써 판막의 구조적 이상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3D 초음파 영상으로 나타난 심장의 모습을 놓고 세 명의 수의사가 꽤 오랫동안 의논했다. 영상박사님, 외과센터장 이선태 원장님 그리고 엽경아 선생님은 각자 분야에 입각하여 환자를 위한 최선의 대안을 제시했다. 선생님은 함께 디스커션한 의견을 취합하여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이날 경식도 초음파를 본 환자의 승모판의 실제 역류율은 80%였다.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가야 할 혈액 중 80%가 좌심방으로 새고, 체순환으로 나가는 혈액은 20%에 불과한 셈이다.
2D 영상에서는 심각해 보이지 않았지만, 3D 초음파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에야 환자 상태가 심각한 이유가 드러났다. 판막 일부 조직이 거의 소실되어 있었고, cleft가 곳곳에 관찰되어 구조적 손상이 심한 상태였다. 뒤쪽 판막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 심한 역류를 보였다.
보통 앞쪽 판막에는 cleft가 없는데, 이 환자에서는 원형 판막륜을 따라 퇴행성 변화 때문에 cleft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면, 판막이 캔뚜껑처럼 찢어질 위험이 높았다. 현실적으로 V-clamp 수술은 불가능한 환자였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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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식도 초음파 영상을 보며, 세 분이서 어떻게 의견을 좁히시나요?
영상 박사님은 아주 객관적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세요. 수술하는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아이를 위해서 혹시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을지, 리스크를 감당하고 수술을 했을 때 장기 예후가 괜찮을 가능성이 있을 지 논의합니다. 영상 선생님은 아주 객관적이고 좀 네거티브한 의견을 주실 수밖에 없고요. 그걸 알고 있어야 술자도 준비를 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영상 선생님이 ‘이런 데가 문제가 있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할 때와 ‘여기가 문제가 있는데 수술하면 실패로 판막이 찢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여서 너무 걱정스러운데요’라고 할 때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이 수술 자체가 리스크와 베네핏을 따져서 해야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셋 다 ‘오케이, 수술하면 되겠다’라고 얘기가 나오는 환자는 거의 없어요. 다들 안 좋게 오니까..그러면 저는 영상 박사님과 이선태 원장님의 의견을 취합하고, 또 저의 의견까지 넣어서 보호자를 만나고, 이걸 다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야 돼요. 내과 선생님이랑도 이야기를 해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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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PM 노령견 치과 진료
14살 노령견이 오른쪽 눈 아래가 부어서 내원했다. 보호자 의뢰로 검진한 결과, 치근단 농양이 확인됐다. 심한 치석 침착과 구강 위생 불량, 다수의 치주염 치아를 보유하고 있었다.
검진 결과에 따라 전반적인 스케일링과 발치가 진행됐다. 선생님은 중등도 이상의 치주염이 있는 치아는 모두 발치하기로 결정했다. 나이가 들수록 마취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애초에 문제가 될 만한 치아는 모두 발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치료 전 치과 방사선 촬영을 실시하여, 보이지 않던 치근부 치주염을 확인했다. 주요 병소는 우측 상악 제4 전구치로, 해당 치아의 3개 치근 중 2개가 이미 심하게 흡수되어 있었고, 주변 치조골이 녹아 있는 상태였다. 발치 후 내부를 확인하니 농성 감염물질이 상악동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염증조직 제거 및 세척 후, flap 수술을 시행했다. 구강과 비강이 통하는 구멍이 남을 경우 음식물이 코로 넘어가 기도로 유입될 위험이 있어, 잇몸 점막을 절개·이동시켜 입코샛길(oronasal fistula)을 봉합했다. 송곳니 또한 치주염이 심해 추가 발치 및 flap 수술이 병행되었다.
이번 수술은 치과 수술의 특성상 완전한 멸균 환경은 불가능했지만, 철저한 구강 세정과 항생제 치료를 병행했다. 스케일링 후 구강을 세척하고,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 항생제 연고를 치주염 부위에 충전했다.
삶의 질이 올라간 환자는 이제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게 되어 체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하셨다.

3:50pm 경기수의컨퍼런스 강연 준비
선생님의 남은 일정은 내일 있을 경기수의컨퍼런스 강연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학생기자단은 오프라인 강연 및 웨비나에서 선생님의 강연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에, 선생님의 강연 준비 과정이 더욱 궁금했다. 얼마전 진행됐던 심혈관계 및 호흡기계 관련 웨비나에서 외과 및 내과를 통합한 강연도 매력적이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기자단에게 경기수의컨퍼런스 참여를 권해주셨고, 강의자료를 어떻게 준비하시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대외적인 강연과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것을 알았기에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임하시는지 궁금했다.
* *
강의자료 준비하시는데 얼마나 걸리시나요?
엄청 미리부터 준비해요. 닥쳐서 하는 것을 잘 못하거든요. 미리미리 준비하는데 완벽주의자는 또 아닙니다. 당연히 대본 같은건 없고..어디 가서 발표를 하더라도, 영어로 발표할 때도 대본은 없어요. 영어 좀 못하면 어때요. ‘영어도, 패션도, 발표도 결국에는 자신감이다!’ 전 자연스러운게 좋기 때문에 대본은 없어요.
(공통질문)선생님 여기 오시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임상 수의사를 했죠. (웃음) 저는 지구력이 좋은 편이어서 잘 그만두지 않아요. 그래서 석사 졸업하고나서 7년간, 지금은 없어진 병원에서 외과 과장으로 일을 했어요. 그 이후에는 용산에 있는, 수의사가 대략 10명 정도 근무하는 24시간 메디컬센터에서 진료부장으로 있으면서 수술도 했죠.
이곳 청주는 고향이에요. 부모님께서 청주에 계시고 언젠가는 내려가야지 했죠. 저는 서울살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서울이 집이 아닌 사람이 서울에서 터를 잡고 살려면 그게 상당히 어렵기는 하더라고요.
그래도 한 20년 서울에서 살았습니다. 20살 때 대학을 갔고, 40살이 되면서 내려왔으니까요. 많이 배웠고 즐겁게 살았고, 치열하게 살았는데, 안정감은 없었어요. 서울에서 자리를 못 잡아서 청주에 왔다기보다는 ‘아 이 정도 서울 살아봤으면 됐지’ 그런 생각도 있었고, ‘언젠가는 청주로 내려와서 부모님 곁에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렇게 여기(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가 세 번째 병원이 됐는데, 운명의 병원을 만난 것 같아요.
그럼 처음부터 계속 외과 수의사였나요?
네, 저는 계속 외과에 있었고, 대학원에 가기 전에 인턴을 10개월 정도 했어요. 그 병원이랑은 아직도 교류를 하고 있죠. 그 때 계셨던 선생님들이 그 병원에 아직도 계시고, 저는 그 병원의 외과 친구들이랑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스스로 ‘외과수의사냐’라고 물으면 잘 모르겠어요. 저는 요즘 외과만 잘 해서는 환자를 잘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내과, 영상 컨퍼런스도 자꾸 기웃거리고, 점점 더 베이직에 집착해요. 질병을 보고 수술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잘 살리려면 ‘질병이 아니라 환자를 바라보아야’ 하거든요. 지금 당장은, 내과 공부 열심히 하는 외과 수의사가 되고싶어요.

(공통질문) 예전과 비교해서 현재 외과수의사으로서 감회가 어떠신가요?
서전(surgeon)이 계속 같은 서전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여기서 보는 환자들이 워낙 복합적이고 아주 많이 아픈 아이들이 많아요. 수술만 해서 집에 보내는 그런 환자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머리 아픈 케이스가 찾아오는데 그 환자들에게 집착해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집중하는 병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새로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여러 과 사람들이랑 계속 상호작용하며 환자를 본다는 게 다르죠.
‘내가 튜브 장착해 줄 테니까 이렇게 해 봐’, ‘내가 이걸로 시간 벌어줄 테니까 그동안에 뭐를 해 봐’라던지, 내과에서 저에게 ‘이것만 해주면 내가 환자 살릴 수 있을 것 같아’하는 상황들이 있죠.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제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인 순환기, 내분비, 혈전에 대한 환자들이 엄청 많고, 이로 인해 많이 아픈 환자들이 꽤 있어요.
가령 담낭이 터져서 와서 수술을 했는데 이 환자의 전신 염증 반응 때문에 혈전이 생겨서 이 다리가 순환이 안되면서 괴사되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러면 얼른 다리를 절단해야 이 환자를 살릴 수 있거든요. 근데 혈전 때문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면, 그 환자는 전신 염증 반응으로 하루 이틀 있다가 사망하게 돼요.
하지만 이 부분을 알아차리고, 모니터링 해서 ‘여기 다리 색깔 좀 이상해. 약간 부었다. 혈전 경향 다시 체크해 보고 혈전 방지제 더 쓰고, 그걸로 안 되면 자르는 거야’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환자자를 살릴 수 있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해서 살리는 아이들도 꽤 있어서 전보다는 훨씬 더 일이 재미있기도 하고 자극적이고 힘들죠.
여기 들어온 사람들은 나가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되게 재밌고 자극적이에요. 이 근처에 식당도, 유흥가도, 심지어 편의점도, 아무것도 없어도요. 제가 여기 계속 남아 있는 이유는 병원이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고, 환자 진단하고 살려내는 거에 미쳐 있는 동료들이 있고, 저도 그 중 하나이고, 살려서 집에 보내는 것이 아주 대단히 좋기 때문이에요.
‘몇 살까지 페이닥터로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많이들 물어요. 그 생각을 왜 해. 더 이상 못하게 되면 그 때는 오픈하면 되지 뭐. 미래가 무서워서 지금부터 오픈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솔직히 그냥 지금이 좋고 현재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몇 살까지 수의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얘기도 많이 하잖아요. 그렇게 물으면, 지금처럼 서전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건 60살 정도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인터뷰 이후, 60세가 넘으신 이쿠야 에하라 선생님을 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고 전하셨다)
지금부터 한 15년, 그 다음에는 지금처럼 발전적인 것을 배우고 부딪혀 가면서 할 힘이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걸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죠.
근데 그때쯤 되면 한 20대 후반부터 일을 했을 테니까 한 30년 넘게 했을 거 아니에요? 그럼 그걸 가지고 젊은이 차세대 세대 교체가 돼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보수적인 입장도 얘기해줘야 돼요. 언제나 새로운 게 늘 좋은 건 아니거든요.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고, 예전부터 계속 해오던 것, 변하지 않는 것을 계속 지키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서 그때 즈음엔 보수적인 시각으로 코멘트와 조언들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젊은이들에게 ‘너가 하는 거 응원하는데, 근데 이것도 생각은 해야 돼. 길게 봐서 예후가 좋으려면 이것도 생각해 봐야 돼’라는 거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전 욕심이 많아요. 책도 쓰고 싶고, 멘토링 같은 것도 계속하고 싶어요. 어린 친구들을 계속 만나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고, 지금 당장 눈앞에 4-5년은 중요하지 않아요. 저에게 연봉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그 젊은 날에 내가 열심히 몰입해서 할 수 있는 환경과 누군가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고 막 달려들어서 ‘너 이 환자 어떻게 생각해?’, ‘네가 보는 애는 뭐가 문제야’ 와 같이 계속 멘토링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병원이 좋은 병원이라고 생각해요. 40살이 넘어도, 연차가 십 몇년이 되더라도,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지속적으로 계속 커 나갈 수 있고, 그래야 재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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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PM 체험종료
엽경아 선생님은 퇴근 시간이 매우 유동적이기도 하고, 좀처럼 정시에 퇴근하는 일이 없으시다. 평균 저녁 7시에 퇴근하신다고 한다. 오늘 학생기자단이 함께하는 시간은 아쉽게도 여기까지였고, 나머지 시간은 컨퍼런스 강연 준비에 매진하겠다고 하셨다.
학생 때 컨퍼런스도 많이 가보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라는 선생님의 따뜻한 조언과 함께 학생기자단과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체험을 마치며..
[[최윤서 기자]
예과 2학년 MISYB 외과수의사 토크쇼에서 엽경아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되었다. 외과수의사가 꿈이기도 했지만, 선생님의 외과수의사로서의 가치관이 내 마음을 울렸다.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엽경아 선생님이 만들어가는 외과수의사가 너무 멋있었고, 닮고 싶었다.
선생님 토크쇼 강연 기사도 썼지만, 선생님께서는 현장에서 어떻게 일하실 지가 궁금해져 프로젝트로 후속기사도 이어 가고 싶었다. 토크쇼가 끝나자 그 자리에서 선생님께 말씀드려 우리의 프로젝트 기사가 시작되었다.
직접 현장에서 만나뵌 선생님께서는 삶이 온통 환자로 가득한 수의사였다. 여전히 배움을 즐거워하셨고, 인턴수의사를 성장시키는 것도 선생님 삶의 일부였다. 각 분야에서 월등하신 세 분이 경식도 초음파로 V-clamp 수술에 대한 디스커션을 나누는 장면은 아직도 생각난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옵션을 제시하고 그것을 수렴하여 보호자와 협의하여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것. 수의사도 보호자도 혼자가 아니다. 수의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보호자의 든든한 지원군이며, 수의사도 본인의 분야에 입각하여 다른 수의사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지원군이 될 수 있다.
아직 미미한 본과 1학년일 뿐이지만, 언젠가는 선생님과 같은 자리에 설 수 있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 배움을 즐길 줄 알고, 나눌 줄 알고, 누군가의 지원군이 되어 줄 수 있을 만큼 실력 있는 수의사가 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해졌다.
카메라를 든 학생기자단 3명이 아침부터 병원을 방문하여 온통 헤집고 다녔지만, 친절하게 대해주신 병원관계자분들께, 하나를 질문해도 열까지 대답해 주신 엽경아 수의사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강원정 기자]
동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수술을 사랑하는 외과 수의사, 자라나는 새싹 수의대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엽경아 선생님을 처음 뵀던 건, 청주동물원 실습을 인연으로 참석했던 청주동물원 세미나였다. 이날 ‘흉강경 수술’에 대한 강연을 시작으로, 이후 한국동물원수족관회 총회에서 진행되었던’ MMVD 호랑이의 Vclamp’ 강연까지. 선생님의 강연에는 학술적 지식뿐만 아니라 외과 수의사로서의 직업에 대한 사랑, 마음가짐, 태도가 담겨 있었다.
평소 웨비나와 학회 강연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강연을 찾아듣던 중, 선생님께서 웨비나 강연을 하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고, 현재 데일리벳 지식나눔칸을 통해서도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베풀어주고 계신다.
선생님께서는 글 쓰고 말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하셨다. 또한 밴드 활동과 한국수의최소침습의학연구회(KVMIS)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신다. 선생님께서는 애정이 담긴 것들에 대해 그저 마음으로 그치지 않고, 선한 방향성으로 열정 가득 실천하고 계셨다.
프로젝트를 제안한 윤서 덕분에 평소 존경하던 엽경아 선생님을 뵙고 이야기 나누며, 선생님의 하루를 직접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었다. 바쁘신 일정 중에도 조심스럽게 드렸던 수많은 질문들에 선생님께서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답해주셨다. 그리고 그 말씀들이 이 기사에 담겼다.
직업을 사랑하고, 직업에 대한 올바른 마음가짐과 태도를 배울 수 있었던 선생님과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선생님처럼 선한 영향력을 주고, 베풀 수 있는 수의사가 되어 이 선순환에 함께 하고 싶어졌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 프로젝트 ‘어드벳쳐’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최윤서 기자 [email protected]
강원정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