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1 02:06:00
자주·실리적 외교 전략과 문화적 정체성 표출 과제 남아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2026년 병오년의 시작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한·중 관계의 ‘전면 복원’을 알리는 중대한 분수령이 됐다.
특히 “2026년을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이 대통령의 선언은 양국이 지닌 역사적 뿌리와 호혜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또한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며 화답한 이번 회담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붉은 카펫 위에서 견고하게 형상화됐다.
Appearance
붉은색 넥타이와 흰색 저고리 한복이 전하는 색채 외교
이번 회담에서 가장 먼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약속이라도 한 듯 선택한 붉은색 넥타이다. 중국에서 붉은색은 복과 번영, 그리고 권위를 상징하는 절대적인 색상이다.
이 대통령이 붉은 넥타이를 맨 것은 방문국인 중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양국 관계의 새로운 도약과 번영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 주석 역시 같은 색상의 넥타이를 착용함으로써 이 대통령을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심리적 동질감을 연출했다. 이는 두 정상이 협력적인 관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한 사례다.
김혜경 여사는 순백의 저고리에 강렬한 붉은색 치마를 매치한 한복을 선택했다. 흰색 저고리는 ‘백의민족’으로서의 순결함과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동시에 화려한 자수가 놓인 붉은 치마는 중국 국기의 색상이자 행운의 색을 채택함으로써 호스트 국가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갖췄음을 보여준다.
특히 치마 하단의 정교한 금박 문양은 한국 전통의 미학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문화적 자부심을 지키면서도 중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소프트파워 외교의 전형이었다.
패션 외교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펑리위안 여사는 짙은 블루 계열의 드레스와 블루 하이힐을 선택했다. 학술적으로 청색은 신뢰, 안정, 그리고 냉철한 지성을 상징한다. 펑 여사가 선택한 푸른색은 인민대회당의 붉은 배경과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 청량감을 주는 동시에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갖는 ‘안정적이고 변함없는 신뢰’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옷의 절개 라인과 단추 디테일이 살아 있는 모던한 치파오 스타일의 드레스에 같은 톤의 하이힐을 매치한 것은 현대 중국의 세련미와 전통을 결합한 브랜딩이었다.
김 여사의 따뜻하고 열정적인 ‘레드’와 펑 여사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블루’의 만남은 음양의 조화처럼 한·중 관계의 균형 잡힌 미래를 암시하는 듯했다.

Behavior
한·중 정상의 악수로 읽는 ‘화이부동’의 미학
두 정상의 태도에서는 ‘친밀함’과 국가 원수로서의 ‘절제된 카리스마’가 동시에 묻어났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악수 장면을 분석해 보면 두 정상 모두 손을 꽉 잡고 서로의 눈을 피하지 않는 강한 시선 맞춤을 보여준다.
이는 상대방을 실질적인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두 정상 사이의 개인적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정치심리학적 관점에서 이들의 수직적이고 대등한 악수법은 양국의 주권적 동등성을 시각화하며, 진화심리학적으로는 신체 접촉 시의 지속적인 시선 고정이 뇌내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해 상호 호혜적 이타주의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그리고 차담회에서 펑 여사가 과거 창덕궁과 동대문 시장을 방문했던 추억을 언급할 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김 여사의 모습은 심리학적으로 상대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라포(Rapport)’ 형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사회심리학의 ‘거울 효과(Mirroring Effect)’ 이론에 따르면 대화 상대의 비언어적 동작이나 속도를 미세하게 일치시키는 행위는 뇌의 거울 뉴런을 활성화해 무의식적 친밀감을 극대화하고 외교적 갈등 임계치를 낮추는 정서적 완충재 역할을 한다.

Communication
역사적 연대감과 심리적 장벽 허무는 소통 전략
이 대통령은 ‘역사적 유대감’과 ‘민생 실리’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활용했다. “한·중 관계의 뿌리는 매우 깊다”며 독립운동 시기의 공동 투쟁을 언급한 것은 중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사적 연대감을 자극해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전략이었다.
그러면서도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수평적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대국과 소국이라는 프레임을 거부하고 실질적인 국익 중심의 소통을 전개했다.
시 주석의 소통법은 ‘전략적 선택’과 ‘자주 왕래’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친구로서 자주 소통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은 이례적으로 친근한 표현으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이 묻어난다.
특히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는 표현은 중의적인 외교적 수사로 한국이 미·중 갈등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전략적 선택을 해주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완곡하게 전달한 것이다. 또한 김 여사가 펑 여사에게 “사실 오래전부터 여사님의 팬”이라고 먼저 다가간 것은 상대의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주도하는 아이스브레이킹이었다.
펑 여사 또한 한국인의 뜨겁고 정이 많은 성격을 칭찬하며 화답했는데 이러한 ‘퍼스트레이디 외교’는 정상 간의 딱딱한 정치적 담론이 채울 수 없는 정서적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된다.

실리를 향한 전략적 정교함이 필요한 시점
2026년 한·중 정상회담은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화, 전통과 현대의 결합, 그리고 양국 관계가 ‘빙하’의 시대를 지나 ‘해빙’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외교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첫째, 전략적 자율성 확보다. 중국이 강조하는 ‘역사의 올바른 편’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국익과 보편적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둘째, 수평적 협력의 구체화다. 이번에 강조된 ‘민생 협력’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경제, 문화, 환경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셋째, 문화적 정체성의 당당한 표출이다. 김 여사의 한복 외교처럼 한국 전통문화가 중국 문화의 일부가 아닌 독창적인 자산임을 당당하게 알리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한·중 관계는 전략적 정교함의 단계로 나아가 국익을 읽어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2026년 베이징에서 시작된 이 훈풍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