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6 14:51:00
이민단속 요원, ‘스마트폰 촬영’ 시위대 사살
美 행정부 “총기 소지 폭도였다… 정당방위”
NRA “합법적 소지자인데… 철저한 수사를”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남부에 마련된 알렉스 프레티의 추모 공간. 프레티는 전날 미니애폴리스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제압당한 채 총에 맞아 사망했다. 미니애폴리스=EPA 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시위대 한 명을 또다시 총격 살해한 사건에 대해 전미총기협회(NRA)가 25일(현지시간)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건 당시 총기를 단순 휴대만 하고 있던 희생자를 ‘무장 폭도’로 규정하고 ICE의 정당방위였음을 강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합법적 총기 소지자의 헌법적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골수 지지 세력인 NRA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손에 권총 없었는데… ICE, 10회 근접 사격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24일 발생한 이번 사건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사망자 알렉스 프레티(37)가 총기를 소지한 상태로 ICE 요원들을 위협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어떤 평화 시위자가 팻말 대신 총을 갖고 등장하는지 모르겠다”며 “누군가 총을 갖고, 무기를 갖고 그걸 법 집행관들을 향해 쓴다면 그건 난폭한 폭도”라고 말했다. 미 법무부 소속 연방검사 빌 에세일리도 엑스(X)에 “총기를 소지한 채 법 집행관에게 접근하면, 당신에게 총을 쏘는 게 법적으로 정당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지 말라!”고 적었다.
그러나 총격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과잉 대응’ 흔적이 뚜렷하다. 프레티는 사망 직전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ICE 요원을 촬영하고 있었을 뿐, 총기를 꺼내 든 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다수의 ICE 요원이 프레티를 제압한 다음에 한 요원이 그의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앗았고, 그 직후 다른 요원 2명이 최소 10차례의 근접 사격을 가했다. 미네소타주는 총기 소지가 허용돼 있는 곳이며, 프레티는 합법적 총기 소지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전미총기협회(NRA)가 공식 엑스(X) 계정을 통해 미국 법무부 소속 연방검사 빌 에세일리의 X 게시글을 인용하며 올린 반박문. 에세일리는 “총기를 소지한 채 법 집행관에게 접근하면, 그들이 당신에게 총을 쏘는 게 법적으로 정당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지 말라”고 했고, NRA는 “이런 생각은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NRA X 계정 캡처
“ICE 요원 해치려 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이번 총격 사건과 관련, NRA는 트럼프 행정부 시각과는 엇갈리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NRA는 이날 공식 X 계정에 에세일리 검사의 X 게시글을 공유한 뒤 “이런 생각은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책임감 있는 공직자는 법을 준수하는 시민(합법적 총기 소지자)들을 악마화할 게 아니라, 전체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별도의 게시물에서도 “모든 경찰관의 총격 사건과 마찬가지로, 무력 사용이 정당한지 가리기 위한 철저하고 포괄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네소타 총기소유자 코커스’도 공식 성명을 내고 “치명적 무력의 사용 원인이 무엇인지, 독립적인 설명을 아직 듣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사망자가 (ICE) 요원들을 해칠 의도가 있었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된 바 없다. 우리는 주정부와 연방정부 모두의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email protected]